프리랜스 섹스교육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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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 [럼 다이어리]
 
처음 섹스 경험을 한 후 대략 몇 년 간, 메모장에 여태까지 섹스한 남자들의 이름을 무수히 적어야 기억이 날 정도로 일명 sex-file 이 쌓였다. 물론 한 명 한 명 그때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며 아, 얘는 고추가 참 컸는데, 혹은 얘는 오랄을 참 잘했었는데 하며 아쉬운 입맛을 쩝쩝 다시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사실 아쉬웠던 경험이 대다수였던 것을 생각하면, 내가 만났던 남자들이 섹스 스킬이 부족했던 건지 아니면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냥 섹스를 잘 모르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.
 
– 물론 나 자신을 탓하지 않는 건 아니다. 그렇지만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에 대한 자신감도 꽤 있는 편이고, 굳이 셀프 비하를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부분은 가볍게 패스 –
 
난 ‘남자친구’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. 상대방은 나를 여자친구라고 생각할 진 몰라도,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‘나 남자친구 생겼어!’ 라고 말하는 대신, ‘나 얼마 전에 섹스했어!’로 대체하는 편이다. 물론 나를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는 상대방이 이 말을 들으면 기분 나쁘고, 싫어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. 그렇지만 한 단어에 종속되고 싶지 않은 필자의 마음을 이해해주리라 믿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겠다.
 
여하튼 그런 편인데, 한 번의 가벼운 섹스가 아닌 지속적인 섹스를 이어나갈 때 보통은 – 사실은 거의 대부분 – 내가 다 처음부터 알려주는 편이었다. 클리토리스는 어디에 있으며, 그 사랑스러운 것을 어떻게 애무해야 하며, 손은 몇 번째 손을 써야하며, 혀는 어떠한 강도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등. 20살
 
초반에 만났던 남자들은 내가 그러한 ‘성교육’ 즉, 내 몸에 대해 알려주는 것에 대한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. 그 당시 또래 남자들은 섹스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백지 상태와 같은 어린 남자들에게 하나하나 내 몸에 대한 색을 채워나가서, 나중엔 굳이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나만의 spot들을 건든다던가 하면 그 때의 희열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고, 섹스에 대한 만족도도 더욱 높았다.
 
그러나 그러한 흥미도 잠시, 매번 만나는 남자가 섹스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이것만큼 참 곤란한 일이 없지 않은가. 알려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. 물론 듣는 사람은 매번 달랐지만 나의 주관적인 입장에서만 보면 한 얘기 또 하고, 또 하고의 반복.
 
마음 같아선, 앞으로 살면서 내가 섹스하게 될 모든 남자를 모아두고 나에 대한 섹스 매뉴얼을 프리젠테이션하고 싶은 심정이다. 알겠지?!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만나게 되면 이런 식으로 알아서 해?! 하고 말이다. (그렇게 되면 실습과 예습은 알아서 하기를)
 
아 물론, 안 그런 남자들도 몇 있었다. 처음부터 좀 신박한 스킬을 쓴다든지 무작정 도구를 꺼내놓는 사람이라든지. 하지만 그들 또한 그다지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. 오랄을 하면 혀 힘이 쌔거나, 자꾸 왔다 갔다거려서 오르가즘을 10분이면 느낄 걸 효율성 없게 40분이나 지체 한다든지. 그래서 나는 가끔 친구들로부터 누군가와 첫 섹스를 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에라도 그 남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.
 
어떻게 첫 섹스에 ‘만족스럽다’ 라는 평을 듣나요?! 하고 말이다.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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